무디따 2011. 1. 3. 14:46

 

 

 

 

 

 

 

 

도시 하나를 다 덮을 것 같은
모래바람에 대해
도시 하나를 다 태우고 남은
불씨 같은 석양에 대해
고백하고 싶었다
지난날들을 들끓던 신열이 실은
편두통에 지나지 않았음을
열망과 열등감 사이, 그 막다른 골목들을
배회하며 남긴 토악질의 흔적과
찢어버린 연애편지 같은 것들이었음을
결국 다 속 좁은 내 안에 들끓던
어느 날의 술주정이었음을
변명하지 않으마
봉급생활자의 일상에 길들여진
내 오랜 식민의 날들

그러나 알아다오
꼭 한 번, 모래와 먼지들을 일으켜
거세게 휘몰아치고 싶었다는 것
모래언덕 위에 번지는 뜨거운 노을처럼
세상을 온통 붉게 물들이고 싶었다는 것
그러다 핏빛으로 쓰러지고 싶었다는 것
제풀에 내려앉거나 빗물에 씻기고 나면
무엇 하나 변하지 않아도, 변함없이
한쪽 길로만 가고 싶었다는 것
한쪽으로만 가서
죽어라고 한쪽으로만 가서
죽지 않고 마을과 우물을 만나면
그게 사막을 건넌 것이라는 것
사막은 그렇게 건너야 한다는 것

 

 

詩 정해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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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알아다오
꼭 한 번, 모래와 먼지들을 일으켜
거세게 휘몰아치고 싶었다는 것
모래언덕 위에 번지는 뜨거운 노을처럼
세상을 온통 붉게 물들이고 싶었다는 것
그러다 핏빛으로 쓰러지고 싶었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