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을 그리는 작업실/Nude Croquis

작은 부엌의 노래

무디따 2010. 12. 10. 23:39

 

 

소포지에 오일파스텔

 

 

 

부엌에서는

언제나 술 괴는 냄새가 나요

한 여자의

젊음이 삭아가는 냄새

한 여자의 설음이

찌개를 끓이고

한 여자의 애모가

간을 맞추는 냄새

부엌에서는

언제나 바삭바삭 무언가

타는 냄새가 나요

세상이 열린 이래

똑같은 하늘 아래선 두 사람 중에

한 사람은 큰 방에서 큰소리 치고

한 사람은

종신 동침 계약자, 외눈박이 하녀로

부엌에 서서

뜨거운 촛농을 제 발등에 붓는소리

부엌에서는 한여자의 피가 삭은

빙초산 냄새가 나요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모르겠어요

촛불과 같이

나를 태워 너를 밝히는

저 천형의 덜미를 푸는

소름끼치는 마고할멈의 도마 소리가

똑똑히 들려요

수줍은 새악시가 홀로

허물벗는 소리가 들려와요

우리 부엌에서는.....

 

 

詩 문정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