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를 위한 서시/Healing poem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안도현

무디따 2010. 12. 8. 13:55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어머니가 싸리 빗자루로 쓸어 놓은 눈길을 걸어
      누구의 발자국 하나 찍히지 않은
      순백의 골목을 지나
      새들의 발자국 같은 흰 발자국을 남기며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러 가자

      팔짱을 끼고 더러 눈길에 미끄러지기도 하면서
      가난한 아저씨가 연탄 화덕 앞에 쭈그리고 앉아
      목 장갑 낀 손으로 구워 놓은 군밤을
      더러 사먹기도 하면서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
      눈물이 나도록 웃으며 눈길을 걸어가자

      사랑하는 사람들만이 첫눈을 기다린다
      첫눈을 기다리는 사람들만이
      첫눈 같은 세상이 오기를 기다린다
      아직도 첫눈 오는 날 만나자고
      약속하는 사람들 때문에 첫눈은 내린다

      세상에 눈이 내린다는 것과
      눈 내리는 거리를 걸을 수 있다는 것은
      그 얼마나 큰 축복인가?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
      커피를 마시고 눈 내리는 기차역 부근을 서성거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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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눈이 내린다는 것과
      눈 내리는 거리를 걸을 수 있다는 것은

      그 얼마나 큰 축복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