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를 위한 서시/Healing poem

서편에 달이/ 문병란

무디따 2010. 9. 21. 01:00

 

 

 

 

 

 

 

 

 

 

서편에 달이 지려 하고 있다.
하품하는 키 큰 미루나무가
그 달과 눈을 맞추고 있다.

지난밤 나는 꿈속에서
누군가를 만났는데
이 아침 문득
서쪽에 사는 사람이 그리워진다.

아쉬움이 남는 밤
촛불 한 자루 다 태우지 못한 밤
호박 잎 위에서 여름밤이 도르르 말린다.

이 새벽 무슨
슬프지 않은 이별이 있는 걸까.

지는 달을 안고
호수가 별들을 토해낸다.
삼나무가 자꾸만 손을 흔든다.

서편에 달이
정다운 벗처럼 떠나고 있다.
친구, 친구, 날 잊지 마셔요.
어디선가 누가 작게 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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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새벽 무슨
슬프지 않은 이별이 있는 걸까.

서편에 달이
정다운 벗처럼 떠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