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를 위한 서시/Wayfaring Stranger
구룡포 작은해수욕장, 호미곶
무디따
2010. 6. 26. 22:24
그대의 이름을 처음 부르기 시작하였을 때
세상에는 돌아갈 수 없는 길이 있음을 알았다.
얼마나 아득한 일인가 흰 물떼새여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길이 있다는 것이....
해당화 지고 순비기나무 모랫등을 오르는 사이
방울뱀이 수풀 사이를 스치고 지나갔다.
바람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에서 멈추었는가
파도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에서 멈추었는가
그대가 알 수 없는 세상의 저편에서 찾아왔듯이
해변에는 나그네새들이 한철을 살다 간다.
적도의 남쪽 해협에서 시베리아 툰드라까지
망망하게 이어지는 하늘의 길
저녁연기처럼 그대가 나의 연안에 도착하였을 때
패각분의 흰 모래밭 같은 순결을 바치고 싶었다.
하구에 이르러 비로소 충만해진 언어들
연안에는 암호처럼 새겨진 흔적들이 가득하고
외로운 사랑 노래가 울려퍼지는 이 바닷가에서
흰 물떼새여 지상의 날들은 그리 길지가 않았다.
홀로 앉아 등불을 켜고 그대의 어둠을 밝히던 날은
썰물과 밀물이 교차하는 시간처럼 고요하였다.
詩 이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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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연기처럼 그대가 나의 연안에 도착하였을 때
패각분의 흰 모래밭 같은 순결을 바치고 싶었다.
하구에 이르러 비로소 충만해진 언어들
홀로 앉아 등불을 켜고 그대의 어둠을 밝히던 날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