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을 그리는 작업실/Nude Croquis

유월에 쓰는 편지

무디따 2010. 6. 5. 23:17

 

누드 크로키/화선지에 먹

 

 

 

내 아이 손바닥만큼 자란
유월의 진초록 감나무 잎사귀에
잎맥처럼 세세한 사연들 낱낱이 적어
그대에게 편지를 보냅니다

도무지 근원을 알 수 없는
지독하고도 쓸쓸한 이 그리움은
일찍이
저녁 무렵이면
어김없이 잘도 피어나던 분꽃,
그 까만 씨앗처럼 박힌
그대의 주소 때문입니다

짧은 여름 밤
서둘러 돌아가야 하는 초저녁별의
이야기와
갈참나무 숲에서 떠도는 바람의 잔기침과
지루한 한낮의 들꽃 이야기들일랑
부디 새벽의 이슬처럼 읽어 주십시오

절반의 계절을 담아
밑도 끝도 없는 사연 보내느니
아직도 그대
변함없이 그 곳에 계시는지요

 

 

 

詩 허후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