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사라 (色戒: The Samsara, 2001)
감독/ 판 나린
출연/ 숀 쿠, 종려시, 닐레샤 바보라, 락파 떼링
줄거리
다섯 살 어린 나이에 불교에 귀의해 훌륭한 수도승으로 자란 타쉬(숀 쿠)는
3년 3개월 3주 3일간의 고된 수행을 마치지만
어쩐 일인지 전에 없던 갑작스러운 성욕을 경험한다.
그러던 중 마을에서 만난 아름다운 페마(종려시)에게 한눈에 반해버리고
결국 세속을 알아야 포기도 하는 법이라며 절을 떠난다.
농부의 아름다운 딸 페마는 자신을 사랑한다며 절을 떠나온 타쉬가 당황스럽지만,
그에게 운명적 사랑을 느끼고 결혼에 이른다.
남편을 지극히 사랑하고 믿으며 타고난 현명함으로 항상 놀랄 만큼 바른 판단을 하지만
그녀의 슬픔을 아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인도 출신의 핀 나린이 연출을 맡은 <삼사라>는 첫 장면부터 관객을 사로잡는다.
인도 라닥이란 지명의 공간에서 촬영된 영화는
매혹적이기 그지없는 수려한 풍경을 담아내고,
그 속에서 어울리는 인간군상들의 세속적 욕망을 통한 갈등과 성찰을 그린다.
인도의 ‘작은 티벳’이라 불리는 해발 3500m 이상의 고원지대에서,
우리에게는 생소하지만 아시아 전역에 널리 전파돼 있는 불교의 종파 중 하나인
‘라마교’의 수도승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해나가는 작품이 바로 <삼사라>다.
영화 <삼사라>는 2시간 20분 여의 러닝타임 동안
주인공 타쉬를 통해 구도자의 모습에서 세속적 욕망에 이끌리는 범인의 모습에 이르기까지
우리네 인간이 접하고 있는 세상과의 관계를 담담하게 그려나간다.
물론 이런 성찰의 내러티브는 앞서 언급한 바 있는
인도 고원지대의 수려한 이미지에 힘입어 더욱 큰 파급력을 얻는다.
여기에 타쉬의 욕망의 대상으로서 또 하나의 인간으로서의 고뇌를 담아내는
여배우 종려시의 힘이 보태져 <삼사라>는 상당히 매력적인 작품으로 다가온다.
물론 <삼사라>는 스크린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상업영화의 틀을 가지진 못했다.
그렇기에 관객들은 고요하기 이를 데 없는
핀 나린의 이미지에 경외감보다는 무력함을 느낄 수 있다.
바꾸어 말해 영화는 극도로 지루한 반응을 이끌어낼 수도 있다는 말이다.
2001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돼 영화제 참석 관객들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던 작품이지만,
그런 축제의 열기가 서울 시내 일반극장에서도 생성될 수 있을지는 의문스럽다.
서울 단관 개봉하는 <삼사라>는 분명 상업 영화의 공식을 가지진 못했지만,
단 하나의 스크린에 투영되는 <삼사라>의 이미지는 애써
이 작품을 찾은 관객들로 하여금, 최근 웰빙 문화의 트랜드로 자리한 명상 치유처럼
고요한 가운데 퍼지는 강력한 파동을 느끼게 할 작품 임에는 틀림없다.
한 줄 영화평 / 구도자의 모습에서 세속적 욕망에 이끌리는 범인의 모습에 이르기까지, 고요한 가운데 퍼지는 강력한 파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