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를 위한 서시/Healing poem
내소사의 침묵들이 가벼워지고 있다/김윤배
무디따
2009. 8. 10. 15:51
내소사에는 모든 침묵들이 있다
내소사 입구의 가문비나무 숲에는 가문비나무의 침묵이 있고
담장 너머 청대 숲에는 청대의 침묵이 숨어 있다
고목이 되어 쓰러진 느티나무 위에, 승방 앞에 벗어놓은 흰고무신 위에,
새로 쌓은 돌담 위에 침묵은 숨쉬고 있다
푸르른 몸이 된 치묵들은 내소사를 물소리 속으로 끌고 가거나
작은 풍경 소리에 놀라께게 한다
나는 정교하게 조각된 꽃무늬 문살 위에 머물며
꽃무늬 문살 사이의 푸른 침묵 속으로 든다 침묵이 된다
이상도 하지 스님들 모두 푸른 침묵이 되어 해우소를 말없이 드나들고
이른 시간 내소사를 찾는 사람들도 푸른 침묵에 물들어 있다
내소사를 가득 채우고 있는 저 푸른 침묵들,
청대 숲이 바람에 흔들린다
푸른 침묵들이 일렁이며 무게를 버린다
내소사가 향내 속으로 가라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