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The Piano 1993)
감독 / 제인 캠피온
출연 /홀리 헌터(Holly Hunter)
영화 피아노는 1993년 46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이다
배우 홀리 헌터는 강렬하면서도 자연스럽고 단호하면서도 부드러운 에이다 역할을
빼어나게 연기하였다
또 이 영화에 대한 찬사는 홀리 헌터의 탁월한 연기 뿐 아니라 뉴질랜드 출신의 여성감독인
제인 캠피온에게도 바쳐져야 한다
제인 캠피온은 '사랑'이란 해묵은 주제를 존재와 감응 그리고 선택의 문제로 해석하였다
사랑은 존재의 관계이다 여기서 존재의 관계란 피아노와 연주자의 관계같은 것이다
돈이 있으면 누구나 피아노를 소유할 수 있다
그러나 피아노를 사랑하는 일은 다른 자격을 요구한다
남편 스튜어트는 세상의 모든 것을 소유의 관계로 보지만 베인즈는 에이다와 피아노
그 존재 자체를 사랑하였다 그래서 베인즈는 모든 것을 포기할 수가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무엇인가를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그것을 소유하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다
같은 하늘 아래 어딘가에 그것이 있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가슴이 뛸 수가 있는 것이다
사랑은 감응이다 사랑한다면 그 당사자들 사이에 감응이 일어나야 한다
얼핏 생각하면 벙어리 여자와 일자무식 농부보다는 돈 많은 남자와 피아노 치는 여자 사이에
더 섬세한 감응이 일어날 것 같다 그러나 외관상의 조화와 내면적인 조응은 전혀 다른 문제다
피아노는 감응의 악기다 두드리는 대로 소리가 난다 스튜어트는 아무리 두드려도 소리를 내
주지 않았다 그러나 베인즈는 아주 작은 두드림에도 깊은 울림으로 반응하여 주었다
에이다에게 베인즈는 섬세하게 조율된 피아노 같은 존재였다
사랑은 궁극적 선택이다
우리는 사랑을 위해 무언가를 할 수 있지만
무엇인가를 위해 사랑할 수는 없다
베인즈가 30년 이상 살아온 땅을 떠나려 한 것은 사랑때문이었다
에이다가 생명처럼 소중히 여기는 피아노 건반을 떼어낸 것도 사랑 때문이었다
피아노를 통째로 바다에 던지는 것도...
사랑은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로 궁극적 목적이다
그리고 그것은 적극적으로 선택하고 행동하는
것이고 그에 따르는 희생과 댓가를 치러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사랑한다고 믿으면서 선택에서 망설이고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소유 앞에서 주저한다
피아노의 주인공 에이다는
그런 어정쩡한 위선 속에서 머뭇거리는 우리를 피할 수 없는 물음 앞에 서도록 한다
사랑을 위해 당신은 가장 소중한 것조차 포기할 수 있는가?
( 철학, 영화를 캐스팅하다)에서 일부 발췌함
영화 The Piano / Main Theme/The Heart Asks Pleasure First - Michael Ny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