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를 위한 서시/Wayfaring Stranger
비수구미계곡,평화의댐,비목공원
무디따
2009. 6. 8. 12:22
노젓는 배조차 없으면
한 발도 닿지 못하게 한다는
비수구미 찾아
구비구비 물길 헤치며 간다
살위에 걸친 것 훌훌 벗어던지고
살속에 맺힌 것 훨훨 날려보내고
뼈 같은 마음으로 간다
감히 바라볼 수 없는
눈빛 같은 것이 그곳에 살고 있어서
완전히 멸망한 것들
오래 전에 폐허가 된 것들
이제 막 숨 끊어져 죽은 것들
물을 밟고 건너가서
희망의 몇 남지 않은 껍질을 벗겨
너와집 하나 지어놓고
가슴을 안고 상처를 쓰다듬고 있다
비수구미에 가서는 절대로 눕지말고
절벽처럼 우뚝 서있어야 한다
계곡의 찬물속에서라도
뜨거운 열목어로 헤엄쳐야 한다
산등성이의 버섯처럼
하루 아침에 독을 가득 품어야 한다
새벽에 맞서 숲을 감싸안는 안개처럼
온몸으로 오체투지 하는 구렁이처럼
제멋대로 피었다가 지는 바람꽃처럼
거침없이 뛰어다니는 고라니처럼
비수구미에서는 입으로 훅, 불면
확, 번지는 불씨처럼 살아가야 한다
비수구미/김종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