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따 2009. 4. 27. 01:49

 

 

 

 

 

 

 

 

아이야
한 사발 동동주에
두 뺨에 복사꽃 피는데
퍼내고 퍼내도
마음바닥 드러나지 않는구나.

환쟁이도 못되고 글쟁이도 못되고
담쟁이처럼 달라붙은 손이 부끄럽구나.
오늘 밤 나에게
웜홀로 가는 지도를 보여다오.

 

아이야
세속의 인연이  두려워서
옷자락 보일까 숨기만 하는데
희빈마마는 횃불을 밝히시고
나는 물 항아리에 갇혀서 신음하는구나.

 

사약을 내리소서~
통촉하시옵소서~

냄새를 향기라고 하는데도
상감마마는 코감기에 걸리셨나보다.

 

아이야
사약을 이리 다오.
오늘 밤 사약도 사치스럽구나.
나는 동동주 마시 듯 마시련다.

희빈마마가 야속하지도 않고
상감마마가 애틋하지도 않구나.
인연의 머리채 이제는 놓아다오.

바람의 무릎 베고
잠들고 싶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