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를 위한 서시/Healing poem
[스크랩] 한때 나는 술을 마셨으나
무디따
2009. 4. 23. 15:18
술 한잔의 시여,
밤 하늘은 문득 낮아져 나는
별의 강물에 몸을 담근 채
바람이 낳은 늑대의 푸른 갈기와
온갖 열매들이 간직한 우주를 노래한다
가끔은 내가 보고 느낀 세상의 울타리 밖으로
나를 훌쩍 던져버리는, 이 따뜻한 취기
은하수에 사는 애인아
나이 먹는 일이 슬프지만은 않구나
술처럼 익어가는 내 눈동자는
아련히 감지한다. 진홍빛 술에 담긴
마법의 세상이 어디에서 왔는지를,
포도나무, 분주한 꿀벌들
지상의 언어들을 다 읽고 돌아온 바람과
그 바람들에 즐겁게 마음을 내주는 포도알들
햇살의 지혜로 이루어진 수액과
생명의 폭포인 수액의 움직임,
한때 나는 술을 마셧으나
이젠 술의 처음을 마신다
한잔의 술이 떠나온 그 모든 삶의 풍경들을,
따뜻한 취기가 데려다준 이 마법의 세상은
바로 그 곳으로부터 왔다.
詩 유하
거리가 문제 안 된다면 누구라도 잠시 만나 한 잔 나누고 싶은 날이 있다.
오늘처럼,
신경성이란 속을 다스리지 못해 뒤척이다가
빈대떡 집으로 갔다.
내 말은 거의 꺼내지도 못하게 들어 주어야 할
밀렸던 이야기들이 줄을 잇는다.
지구별 여행에서 지금의 씬들은 온통 NG
도시를 감싼 안개마저 무정한 어둠에 잠길 무렵
메마른 기도에 취한 가슴을 포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