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를 위한 서시/Healing poem

사랑이 없는 날/곽재구

무디따 2009. 3. 11. 12:53

 

 

 

 

 

생각한다
봄과 겨울 사이에
무슨 계절의 숨소리가 스며 있는지

내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사이에
벌교 장터 수수팥떡과
산 채로 보리새우를 먹는 사람들 사이에
무슨 상어의 이빨이 박혀 있는지

 

생각한다
눈 오는 섬진강과 지리산 사이에
南과 北 사이에
은서네 피아노 가게와 종점 세탁소 사이에
홍매화와 목련꽃 사이에
너와 나 사이에

또 무슨
病은 없는지

 

생각한다
꽃이 진 뒤에도
나무를 흔드는 바람과
손님이 다 내린 뒤에도
저 홀로 가는 자정의 마을버스와
눈 쌓인 언덕길
홀로 빛나는 초승달 하나

또 무슨
病은 깊은지

 .

.

.

.

.

생각한다
눈 오는 섬진강과 지리산 사이에
南과 北 사이에
은서네 피아노 가게와 종점 세탁소 사이에
홍매화와 목련꽃 사이에
너와 나 사이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