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를 위한 서시/Healing poem

나의 희망엔 아직 차도가 없다/ 진이정

무디따 2009. 1. 25. 22:21

 

 

 

 

 

 

 

 

아이야 나의 희망엔 아직 차도가 없구나,
나의 눈물도 이별도 사랑도 아직 아직 차도가 없어,
난 약을 타러 그녀의 집앞을 서성거린다.
아이가 말한다, 그녀는 약사여래가 아니잖아요,
약이라니요, 그러나 나는 고개를 젓곤 하지.
난 부쩍 더 사랑을 느끼고 있단다, 난 보덕각시라도 만나 성불하고 싶어, 싶어,
난 욕심만 많았지, 몸이 따라주질 않는구나,
아이야 난 희로뽕을 먹고 싶다, 난 희망을 심하게 앓고 난 연후라 힘이 없지,
양의학으로는 고칠 수가 없다는 나의 희망,
난 희망한다, 온 세상 절망의 마취를,
그러나 미워하지는 말자꾸나, 미움의 혀는 일상적인 키스마저 당황스럽게 하지,
난 부드러운 것이 좋아, 희망처럼 부드러운 애를 희망의 자궁을 빌려 낳고 싶어,
또는 너의 몸을 빌려 희망의 포르노를 찍고 싶어,
난 외설스럽게 희망을 원했던 죄로 이제는 야한 남자로 낙인 찍혀 있어,
보수반동 세력들은 내게 돌을 던질 것이다,
예수님은 땅바닥에다 그리스어로 이렇게 쓴다,
맞아도 싼 사람은 아무도 없나니라, 때리지 말지어다,
난 감격할 수밖에 없지, 나의 희망은 어느 사창굴에서 노숙을 하는 것인지,
인간이란 참 불쌍한 존재야, 알을 나은 뒤 힘겹게 바닷가로 기어가는 어미 거북처럼,
우린 단 한번 섹스의 댓가로 물레방아의 인생을 돌아야 하지,
그래도 난 인생이 좋아, 난 시인의 목소리가 듣고 싶어,
이미 저승에 가버린 시인들의 목소리가, 소주 냄새에 섞여 퍼져가는 그들의 육성을,
그러나 이미 지나가버린 일인걸, 불쌍한 나의 희망이여,
난 너를 위해 해줄 게 아무것도 없다, 어쩌면 좋지,
나의 희망엔 아직 그 흔한 차도조차 없구나,
난 외로워, 난 희망보다는 말벗이 더 필요할지도 모르지,
누군가에게 목례를 하고 싶을 만큼 외로워,
진짜 죄인들의 고해성사를 엿듣고 싶어, 그래 나는 점쟁이나 작명가가 될 팔자인가 봐,
나는 희망에게 무료로 올해의 운세를 봐주거나 그의 이름을 고쳐줄 수도 있겠고,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다인가, 아아 언젠가 희망은 내 앞에서 자신의 팬티를 내리고 있었어,
물론 엉겁결에 당한 일이었지, 순간 난 내 눈을 의심해야 했어,
말하자면 내가 수컷이므로 희망도 숫놈이였던 거야, 참 말도 안 되는 논리였지만,
그렇게 해서나는 희망의 호모가 되었던 것이지,
그러니 부디 날 이해해 줘, 남자인 희망의 입속으로 혀를 들이미는 나를 말이야,
희망을 아직도 그녀라고 부르는 나를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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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시인의 목소리가 듣고 싶어,
이미 저승에 가버린 시인들의 목소리가,

 소주 냄새에 섞여 퍼져가는 그들의 육성을,
그러나 이미 지나가버린 일인걸, 불쌍한 나의 희망이여,
난 너를 위해 해줄 게 아무것도 없다, 어쩌면 좋지,
나의 희망엔 아직 그 흔한 차도조차 없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