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지 않는 강 / 이성복
1
풀밭에서 잠들었어
내 몸이 물새알처럼 부서지고 날개 없는 꿈이 기어 나왔어
흐린 하늘을 기어 올라갔어
물새의 발자국을 남기며 풀밭에서 눈 떴어
눈 없는 강(江)이 흘러왔어
건너마을이 따라갔어
칭얼대며 피마자와 옥수수가 자라나고
플라스틱 칼이 내 몸에 박혔어
나를 버리고 물이 되었어
겨울을 생각하며 얼음이 되었어
그 다음엔 녹기만 하면 돼
깊이 가라앉아 몸 흔들면 돼
순대처럼 토막토막 끊어져도 소리 안 지르는쾌감(快感,)
기억 속에는 늙은 종(鐘)지기만 남겨두는 일
2
강(江)가에 누워 있었어
아낙네들 무우밭을 매고 무우꽃은 하늘로 올라갔어
누워 그림자를 감추었어
땀이 햇볕보다 먼저 흘러도 욕정(慾情)은 끼룩끼룩 울며 다녔어
손 헹구고 마음속에서 물새알을 꺼냈어
단단한 물새알 멀리 던져도 깨지지 않았어
떠도는 비누 거품 떠도는..
벌겋게 녹슨 자갈 채취선(採取船)으로 트럭이 다가왔어
엉겁결에 트럭은 떠났어 강( 江)가에 누워 있었어
미류나무 흔들릴 때마다 하늘은 뒤뚱거렸어 (신기해, 신기해
저 江을 건너고도 죽음에 닿는 것은)
江가에 누워 있었어
목에 힘 빼고 물고기 화석(化石)이 되어 갔어
3
그대 한없이 어두운 강(江)가를 돌아왔어도
그대 병(病) 이름은 알아내지 못 했네
그대 상처(傷處)밑에는 한 점 불빛도 보이지 않고
죽은 물고기는 몸 속을 기웃거렸네
그대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입술 사이로
시(詩)는 물거품처럼 번지고
고통(苦痛)은 길가에서 팔리고 있었지
내일은 주일(主日)이야
하품과 영광을 위해 돼지떼 속으로 다시 들어가진 않을는지
그대 툇마루는 아직 어지럽고 어머니는 노환(老患)을 사랑하고 있어
그대 음료수(飮料水)를 마셔두게
별과 분뇨(糞尿)가 또 한번 그대 피안 (披岸)으로 흐르게 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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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입술 사이로
시(詩)는 물거품처럼 번지고
고통(苦痛)은 길가에서 팔리고 있었지
내일은 생일(主日)이야
하품과 영광을 위해 돼지떼 속으로 다시 들어가진 않을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