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월이면 기억나는 영화 / 8월의 크리스마스(1998)
감독 /허진호
출연/ 한석규 / 심은하
한국 백상예술 대상
신인 감독상
여우 주연상
최우수 영화상
줄거리
주차 단속원으로 일한지 얼마 안 된 다림(심은하)은 사진의 초점도 맞지 않고
카메라에 필름 넣는 것도 서툴기만 하다.
거기다 주차단속 시비로 운전자와 싸우고 울기도 하고.
그러다 모자르다 싶을 정도로 서늘하게 그렇지만 한없이 따뜻한 미소를 짓는 사진관 아저씨,
정원(한석규)에게 이끌린다.
두 사람은 사진 때문에 티격태격하면서 애틋함이 싹튼다.
다림은 그것을 어떻게 표현할지 또 그것이 어떤 감정인지 확신이 들지 않아 주저한다.
정원과 만나기로 약속을 해 놓고도 가지 않아 정원을 애태우기도 하고
어떤 날은 진하게 화장을 하고 나타나 정원을 당황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정원은 언제나 화 한번 내는 일 없이
그 넉넉한 웃음으로 그 모든 것을 받아 주기만 한다.
겉으로 보여지는 다림은 활달한 성격에도 불구하고
기실 그녀의 가정 환경이 준 그늘이 감추어져 있기도 한다.
그러나, 정원은 결코 드러내지 않는 더욱 큰 아픔을 감추고 있다.
(영화는 한번도 죽음에 대해 직접적인 이야기를 하진 않는다.
정원이 어떤 병을 앓고 있는지 조차도. 그것이 이 영화를 더욱 애틋하게 만드는지 모르겠다.)
정원은 홀로 될 아버지께 조심조심 자신의 자리를 넘겨주려 한다.
기계 다루는 법이 못내 서툰 아버지를 위해 텔레비전 리모콘 작동하는 법에서부터
사진관 인화기 작동법까지도 알기 쉽도록 차근이 글로 남긴다.
그러다 혼자 이불을 뒤집어 쓰고 숨죽여 울음을 터트린다.
애써 아들의 아픔을 드러내 놓고 표현하지 않은 아버지도
아들의 조용한 울음 소리에 또 눈물을 감춘다.
다림은 밤새 쓴 편지를 사진관 문틈으로 꽂아 놓았다.
날이 새고 다시 사진을 찾으려다 오히려 문 안으로 떨어뜨리고 만다...
다림과 정원이 만나기로 한 날, 다림은 너무 오래 기다려야만 했다.
그렇지만 끝내 정원은 나타나지 않았다.
화가 나 며칠을 찾아가도 사진관은 문이 닫혀 있을 뿐.
그 날 정원은 각혈을 쏟으며 앰블란스에 실려 갔던 것이다.
격정도 시간이 지나면 조금은 가라 앉는 법일까?
계절이 바뀌고 거리엔 눈이 내리고 있었다.
여전히 사연을 알 리 없는 다림은 가만히 사진관 앞을 지나다,
정원이 찍은 자신의 사진이 사진관 윈도우에 걸려 있는 것을 보며 미소 짓는다.
'내 기억속의 무수한 사진들처럼 사랑도 언젠가
추억으로 그친다는 것을 난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당신만은 추억이 되질 않았습니다
사랑을 간직한채 떠날수 있게해준 당신께
고맙단 말을 남깁니다'
한 줄 영화평 / 잔잔하면서도 가슴 먹먹하게 만드는 영화.영화가 좋으면 주인공도 같이 좋아해 버리는 습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