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를 위한 서시/Healing poem
[스크랩] 산경
무디따
2008. 5. 18. 17:13
하루 종일 아무 말도 안 했다
산도 똑같이 아무 말을 안 했다
말없이 산 옆에 있는 게 싫지 않았다
산도 내가 있는 걸 싫어하지 않았다
하늘은 하루 종일 티 없이 맑았다
가끔 구름이 떠오르고 새 날아 왔지만
잠시 머물다 곧 지나가버렸다
내게 온 꽃잎과 바람도 잠시 머물다 갔다
골짜기 물에 호미를 씻는 동안
손에 묻은 흙은 저절로 씻겨내려 갔다
앞산 뒷산에 큰 도움은 못 됐었지만
하늘 아래 허물없이 하루가 갔다
詩 도종환
칠장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