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를 위한 서시/Healing poem
[스크랩] 늙은 어머니의 젖가슴을 만지며
무디따
2008. 5. 18. 16:29
늙은 어머니의 젖가슴을 만지며 비가 온다
어머니의 늙은 젖꼭지를 만지며 바람이 분다
비는 하루 종일 그쳤다가 절벽 위에 희디흰 뿌리를 내리고
바람은 평생동안 불다가 드디어 풀잎 위에 고요히 절벽을 올려놓는다
나는 배고픈 달팽이처럼 느리게 어머니 젖가슴 위로 기어올라가 운다
사랑은 언제나 어머니를 천만번 죽이는 것과 같이 고통스러웠으나
때로는 실패한 사랑도 아름다움을 남긴다
사랑에 실패한 아들을 사랑하는 어머니의 늙은 젖가슴
장마비 떠내려간 무덤 같은 젖꽃판에 얼굴을 묻고
나는 오늘 단 하루만이라도 포기하고 싶다
뿌리에 흐르는 빗소리가 되어
절벽 위에 부는 바람이 되어
나 자신의 적인 나 자신을
나 자신의 증오인 나 자신을
용서하고 싶다.
詩 정호승
아무리 자도 졸립기만 하다.
전화벨 소리에 잠이 깼다.
초등학교 때 낮잠을 자고 막 깼는데
어른들이 학교 늦었다고 재촉하시면
황급히 가방을 메고 달려 나갔던 때 처럼
지금이 언제 쯤인지 구분을 못하겠다.
엄마 면회시간에 늦었나 싶어서 얼른 시계를 본다.
병원에서 돌아 오자마자 잠들었었구나...
소꼽놀이 할 때 가지고 놀던 종이인형 처럼 가벼워지신
엄마를 뒤로하고 돌아오는 발걸음이 바위 처럼 무겁다.
돌아오는 차 창 밖에서 엄마와의 인연들이, 함께 한 시간들이 끙끙 앓고있다.
대자연의 운행에 온 존재를 기대고 살 수 밖에 없는 존재로써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제 기도 뿐인가?